
전세 계약을 앞두고 보증금이 조금 모자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부모님이지 않으세요. 대출보다 빠르고 이자 부담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 돈은 세법에서 그냥 넘어가는 돈이 아닙니다. 가족 사이의 돈이라도 받은 것인지 빌린 것인지가 세금을 가릅니다. 아라레도 이걸 알아보다가, 차용증만 써두면 되는 줄 알았던 부분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글에서 다루는 것
1. 전세보증금도 증여세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집을 사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증여세는 부동산을 샀는지가 아니라 재산이 넘어갔는지를 봅니다. 전세보증금도 내 이름으로 들어가는 돈이라 예외가 아니에요.
세법에는 증여 추정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재산을 취득한 사람이 자기 힘으로 그 돈을 마련했다고 보기 어려우면, 일단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세금을 매기는 구조예요. 여기서 중요한 게 "증여가 아니다"를 증명할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많지 않은데 목돈이 들어간 경우, 그 차이를 설명할 자료가 없으면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돈이 오가는 시점에 자료를 남겨두는 게 핵심이에요.
2. 그냥 받는다면 얼마까지 세금이 없나
빌리는 게 부담스럽다면 아예 증여로 처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정 금액까지는 공제가 되기 때문이에요. 이걸 증여재산공제라고 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게 10년 합산입니다. 이번에 처음 받는 게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부모님께 받은 걸 다 더해서 5,000만원까지라는 뜻이에요. 대학 등록금이나 결혼 자금으로 받은 게 있었다면 그것부터 정리해봐야 합니다.
혼인·출산 추가공제는 혼인신고나 출산 시점 기준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받는 경우에 적용되는 별도 항목입니다. 해당된다면 공제 폭이 크게 늘어나니 요건을 따로 확인해볼 만해요.

3. 빌린 돈으로 하려면 필요한 세 가지
공제 한도를 넘는 금액이라면 차용, 그러니까 빌리는 쪽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족 간 금전 대차도 인정은 됩니다. 다만 인정받으려면 세 가지가 다 있어야 해요.
- 차용증(차입약정서) — 금액, 이자율, 상환 시기와 방법을 적고 양쪽이 서명합니다.
- 이자 지급 실적 — 약정한 이자를 실제로 계좌이체로 보냅니다. 기록이 남아야 합니다.
- 원금 상환 실적 — 약속한 대로 원금을 갚아 나갑니다. 이것도 계좌로 남깁니다.
세 가지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남에게 빌렸다면 했을 일을 그대로 하는 것. 은행에서 빌렸다면 계약서를 쓰고 매달 이자를 냈을 텐데, 부모님에게 빌릴 때도 같은 흔적이 남아야 한다는 뜻이에요.
차용증은 작성 시점을 나중에 증명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공증을 받거나, 우체국 내용증명 같은 방법으로 날짜를 고정해두는 경우가 많아요.
4. 여기서 무너집니다, 차용증만 쓰고 끝내는 경우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많은 분이 차용증을 쓰는 것까지는 합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춰요.
차용증은 계획서일 뿐입니다. 그 계획대로 이자가 오가고 원금이 줄어드는 기록이 없으면, 종이 한 장은 증거가 되지 못합니다. 실제로 차용증을 갖추고도 상환 실적이 없어 차입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알려져 있어요.
시간이 지난 뒤에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돈을 받은 그 시점에 바로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넘어갔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중에 다른 세금 신고나 조사 과정에서 과거 자금 흐름이 함께 확인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문제가 되면 본세에 가산세까지 붙어 부담이 훨씬 커집니다. 지금 기록을 남겨두는 게 그래서 중요해요.이자를 매달 보내는 게 번거롭다면 분기나 반기 단위로 약정해도 됩니다. 핵심은 주기가 아니라 약정한 대로 실제로 이행되고 있는가입니다.

5. 이자는 얼마로 잡아야 하나
여기서 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그럼 이자를 얼마로 써야 하나. 세법에는 가족 간 대차에 적용하는 적정이자율이 정해져 있고, 현재 연 4.6%가 기준으로 쓰입니다.
그보다 낮은 이자를 받거나 무이자로 빌려주면, 덜 받은 만큼을 이익을 준 것으로 봅니다. 다만 그 차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는 기준이 있어요. 그래서 실무에서는 이 선을 계산해 이자율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간 금전 대차
적정이자율 연 4.6%
덜 받은 이자가 연 1,000만원 미만이면 증여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기준만 믿고 무이자로 두는 건 위험합니다. 이자가 아예 없으면 앞의 세 가지 중 두 번째가 통째로 비게 되거든요.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이자를 정해 실제로 주고받는 편이 대차 관계를 보여주는 데 유리합니다.
이자를 받은 부모님 쪽에는 이자소득이 생긴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금액과 상황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지니, 규모가 크다면 세무 상담을 받는 게 정확해요.
6. 지금 정리해두면 되는 것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 지난 10년 동안 부모님께 받은 금액을 먼저 더해봅니다
✓ 공제 범위 안이면 증여로 신고하는 쪽이 단순합니다
✓ 넘는다면 차용증을 쓰고, 이자와 상환을 계좌로 남깁니다
✕ 현금으로 주고받아 기록을 남기지 않기
✕ 차용증만 써두고 이자·상환은 미루기
증여로 정리하기로 했다면 신고 기한이 있습니다. 기한을 넘기면 가산세가 붙으니 날짜를 확인해두세요. 신고는 홈택스에서 할 수 있고, 제도 내용은 국세청 안내에 정리돼 있습니다.

오늘 할 일은 지난 10년치 계좌 내역에서 부모님께 받은 돈을 찾아 더해보는 것입니다. 그 숫자가 나와야 증여로 갈지 차용으로 갈지가 정해집니다. 십 분이면 대충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끝으로 한 가지만
여기 적은 건 제도의 큰 틀입니다. 실제 판단은 금액, 소득, 그동안의 자금 흐름, 가족 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세법도 개정됩니다. 목돈이 오가는 일이라면 계약 전에 세무 상담을 한 번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족끼리 계좌이체 한 줄 남기는 게 어색하지만, 그 한 줄이 나중에 설명을 대신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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