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정산을 1월 행사로 알고 계셨다면, 그 시점에 할 수 있는 일이 서류 제출뿐이라는 것도 같이 겪으셨을 겁니다. 숫자는 이미 12월 31일에 다 굳어 있고 1월에는 그걸 옮겨 적기만 합니다.
아라레는 재작년에 그걸 1월에 알았습니다. 카드를 거의 신용카드로만 썼는데 결제수단만 바꿨어도 공제 금액이 달라졌을 구간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봤고, 그때는 이미 되돌릴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한 번 열어 보는 게 연말정산 미리보기입니다. 올해 쓴 금액을 넣고 남은 기간을 어떻게 쓸지 바꿔 보면서 결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는 화면이라, 이 글에서는 그 화면을 보고 나서 실제로 손댈 수 있는 것만 갈라 봅니다.
이 글에서 답하는 것
1. 미리보기는 무엇을 보여주나

연말정산 미리보기는 홈택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을 카드사에서 받아 미리 채워 두고, 남은 달에 얼마를 어떤 수단으로 쓸지 넣어 보면 공제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해 줍니다.
가을에 열립니다. 9월까지의 자료가 모여야 계산이 되기 때문에 그전에는 넣을 숫자가 없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바로 못 여시더라도 준비는 지금부터 해 두면 됩니다. 정작 화면에 넣을 값은 이 글의 3번에 나오는 것들입니다.
화면이 주는 건 예상 세액 한 줄입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얼마를 더 내거나 돌려받게 되는지가 나오고, 항목을 바꾸면 그 줄이 같이 움직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부양가족 공제가 없어서 움직일 칸이 적은 대신, 움직이는 칸의 영향이 그만큼 크게 보입니다.
2. 카드값은 이미 절반쯤 정해져 있습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쓴 돈 전부가 대상이 아닙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총급여액의 100분의 25를 넘는 금액부터 공제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 문턱을 못 넘기면 결제수단을 아무리 잘 골라도 공제는 0입니다.
문턱을 넘겼다면 그다음은 수단이 정합니다. 같은 금액을 써도 공제율이 다릅니다.
여기서 사람들이 놓치는 건 순서입니다. 문턱을 채우는 데는 신용카드가 먼저 쓰이고, 문턱을 넘긴 뒤의 금액에 수단별 공제율이 붙습니다. 그래서 연초에는 신용카드로 쓰고 하반기에 체크카드로 옮기는 방식이 이야기되는 겁니다. 지금이 딱 그 하반기입니다.
3. 많이 쓴다고 계속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공제율만 보면 체크카드로 많이 쓸수록 유리해 보입니다. 그런데 조문에는 공제 한도가 따로 적혀 있습니다. 총급여 7천만 원을 넘으면 연 250만 원, 7천만 원 이하면 연 300만 원이 기본 한도입니다.
한도에 닿은 다음부터는 아무리 더 써도 공제액이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미리보기 화면에서 금액을 올려 보면 어느 지점부터 예상 세액이 더 이상 안 움직이는 구간이 나옵니다. 거기가 한도에 닿은 자리입니다.
전통시장과 대중교통은 이 기본 한도와 별개로 얹히는 구조라 조금 다릅니다. 기본 한도를 이미 채운 사람이라도 시장 장보기와 대중교통은 계산에 더해집니다. 출퇴근에 버스·지하철을 쓰고 있다면 그 금액이 이미 그쪽으로 쌓여 있으니, 카드값만 보다가 이 부분을 빼놓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이 한도에 생각보다 빨리 닿습니다. 가족 단위 지출이 없어서 총액은 적은데, 총급여도 한 사람 몫이라 25% 문턱이 낮게 잡히기 때문입니다. 문턱은 일찍 넘고 한도는 중간쯤에서 만나는 모양이 되는데, 그래서 카드보다 연금계좌 쪽이 남은 석 달의 실효가 더 큰 경우가 자주 나옵니다.
한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는 미리보기 화면이 알려 줍니다. 남은 여유가 크면 결제수단을 바꾸는 게 의미가 있고, 이미 채웠으면 그 수고를 다른 칸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순서를 이렇게 잡으면 12월에 카드를 두 장 들고 다니며 고민할 일이 없어집니다.
4. 남은 석 달에 바꿀 수 있는 것 네 가지

미리보기 화면에서 숫자를 움직여 보면 실제로 반응하는 칸이 몇 개 없습니다. 혼자 사는 근로자 기준으로는 아래 네 개가 거의 전부입니다.
- 결제수단 옮기기 — 문턱을 이미 넘겼다면 남은 석 달 생활비를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 쪽으로 돌립니다. 문턱을 아직 못 넘겼다면 반대로 수단을 고민할 일이 아니라 총액이 문제입니다.
- 연금계좌 납입 — 연금저축과 IRP는 12월 31일까지 넣은 금액이 그해 세액공제 대상입니다. 매달 자동이체가 아니어도 되고 연말에 한 번에 넣어도 같습니다.
- 주택청약저축 납입 — 무주택 세대주가 조건이라 혼자 사는 사람은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무주택 확인서를 은행에 내야 반영됩니다.
- 기부금 — 연말에 몰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12월 31일까지 낸 것만 올해 것으로 들어갑니다.
네 개 중에 효과가 가장 확실한 건 두 번째입니다. 카드는 어차피 쓰던 만큼만 쓰게 되는데 연금계좌는 넣는 만큼 바로 세액공제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 돈이 오래 묶인다는 점은 같이 놓고 보셔야 합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금액보다 서류가 제때 들어가 있느냐로 갈립니다. 낸 건 맞는데 자료에 안 잡혀 있어서 못 받는 경우가 여기서 나옵니다.
5. 이건 지금 해도 안 바뀝니다

여기서 많이 헛수고를 합니다. 미리보기를 열어 보고 공제액을 늘리겠다며 손대는데, 이미 끝나서 안 움직이는 칸을 붙들고 있는 경우입니다.
1월부터 9월까지 쓴 카드 사용액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체크카드로 썼어야 했다고 지금 후회해도 그 금액의 공제율은 그때 정해졌습니다. 의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받은 진료의 결제일을 옮길 수는 없습니다.
현금영수증은 지난 것도 챙길 수 있는 예외입니다
현금으로 결제하고 영수증을 안 받은 건은 홈택스에서 자진발급이나 신고로 뒤늦게 잡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드 사용액과 달리 이쪽은 아직 손이 닿는 자리라, 큰 금액을 현금으로 낸 기억이 있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실 만합니다.한 가지 더. 월세를 내고 있어도 전입신고가 안 돼 있으면 그 기간은 인정이 어렵습니다. 이건 지금 신고한다고 지난달까지 소급되지 않습니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살리려면 오늘 하는 게 맞고, 총급여 기준선과 한도는 해마다 바뀌어 왔으니 올해 내 조건이 어디에 걸리는지는 홈택스에서 확인하셔야 합니다.
6. 12월 31일이 기준인 칸들

연말정산에는 12월 31일 하루의 상태로 판정하는 칸이 따로 있습니다. 그날 기준으로 무주택인지, 세대주인지, 그 집에 주소가 있는지를 봅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이 칸들이 거의 다 자기 손안에 있습니다. 가족 구성으로 갈리는 게 아니라 주소지와 통장 명의로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2월에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순서를 한 번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주택청약저축 무주택 확인서를 은행에 냈는지
✓ 지금 사는 집 주소로 전입신고가 되어 있는지
✓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주소와 주민등록 주소가 같은지
✕ 12월 말에 이사하면서 전입신고를 새해로 넘기는 것 — 그 한 해가 통째로 걸립니다
세대주 여부도 이 날짜로 봅니다. 혼자 사는데 주민등록상 부모님 세대에 그대로 얹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본인은 세대주가 아니라서 세대주 조건이 붙은 항목이 통째로 막힙니다. 주소를 옮겨 둔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면 대개 자동으로 세대주가 되지만, 확인해 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아라레는 이사할 때 전입신고를 며칠 미뤘다가 한참 뒤에야 그게 연말정산까지 걸린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사 당일에 끝내 두면 신경 쓸 일이 없는데, 미루기 시작하면 잊습니다.
7. 어디까지 해 두면 되나

전부 다 할 필요는 없습니다. 순서만 지키면 남은 석 달에 할 일은 세 단계로 끝납니다.
- 총급여의 25%를 넘겼는지부터 본다 — 못 넘겼으면 카드 이야기는 접고 2번으로 간다
- 연금계좌에 올해 얼마를 넣었는지 확인하고, 더 넣을지 12월 전에 정한다
- 청약저축 무주택 확인서와 전입신고를 오늘 안에 처리한다
순서가 이 모양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1번의 답에 따라 2번과 3번의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문턱을 이미 넘겼다면 카드 쪽에서 더 가져올 게 남아 있는지부터 보게 되고, 못 넘겼다면 카드는 올해 안에 뒤집기 어려우니 연금계좌와 서류 쪽으로 힘을 옮기는 게 맞습니다. 한 줄을 먼저 확인하는 것만으로 남은 두 단계의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지금 바로 할 것 하나만 고르라면, 홈택스에서 올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넘겼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넘겼는지 아닌지에 따라 남은 석 달에 할 일이 완전히 갈립니다. 공제율 근거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2를 찾으면 그대로 나와 있고, 청약저축 쪽은 정부24에서 전입신고부터 정리하실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늘 챙길 건 이것

연말정산은 1월에 확인하는 일이고, 바꾸는 일은 지금까지입니다. 남은 석 달에 손댈 수 있는 건 결제수단과 연금계좌, 그리고 서류 세 가지뿐인데 그 셋이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꽤 큰 자리입니다.
25%를 넘겼는지 한 줄만 확인해 두면, 12월에 급하게 카드를 바꿔 쓸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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